아니리


도련님은 어찌 불길하게 사후 말씀만 하시나이까?

오! 그럼 우리 정담도 하고 업고도 한 번 놀아 보자.

도련님이 춘향을 업고 한 번 놀아 보는디.


중중모리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지.

이- 내 사랑이로다. 아매도 내 사랑아.

니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둥글 둥글 수박 웃봉지 떼뜨리고, 

강릉 백청을 따르르르 부어 씨는 발라버리고,

붉은 점 움푹 떠, 반간 진수로 먹으려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느냐?

앵도를 주랴 포도를 주랴? 귤병 사탕의 혜화당을 주랴?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느냐?

당-동-지-지루지허니, 외가지 단 참외 먺으려느냐?

시금 털털 개살구 작은 이도령 서는디 먹으려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니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매도 내사랑아.



아니리


이얘 춘향아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날 좀 업어다오.

도련님은 저를 가벼워 업었지만, 저는 도련님이 무거워 어찌 업는단 말씀이요?

얘야 내가 널 다려 무겁게 업어 달랴더냐? 내 팔만 네 어깨 위에 얹고,

징금징금 걸어다니면 그 속에 천지우락장막이 다 들었느니라.

춘향이가 도련님을 업고 한 번 놀아보는디 파겁이 되어 마구 낭군자로 업고 놀것다.